ikanberenangkali.blogspot.com
지난번에 내가 ‘생조당’(생선조림당) 당원이라고 밝혔더랬다. 생선조림을 얼마나 좋아하면 당원이 되었겠나. 글을 읽은 주변의 몇몇 친구들이 문자를 보내왔다. “다 좋은데 비싸서 못 먹는다. 병어니 고등어니 얼마나 비싸냐. 꽁치는 잡히지도 않는단다. 말을 꺼냈으니 네가 대책을 내놔라.” 꽁치통조림을 먹으렴. 좋다. 다 푼다. 우선 삼치다. 제철이다. 생선구이 백반집에서 무얼 많이 파는지 유심히 보면 싼 재료가 보인다. 고등어, 삼치, 가자미, 임연수어 같은 거다. 고등어는 노르웨이산이 많다. 이제 제철에 들어가니 생물도 좀 많이 잡힐까 모르겠다. 가자미, 임연수어는 거의 수입이다. 한때는 줘도 안 먹는 이가 있는 대중 생선이었던 가자미와 임연수어도 이제 국산이 드물다. 강원도에 가서 가자미조림 국내산으로 한 냄비 먹으면 몇만원 낼 각오해야 한다. 물론 크기 따라 다르기는 하다만. 삼치, 추천한다. 다른 생선도 대개 그렇지만, 삼치는 크면 아주 비싸고 작으면 아주 싸다. 짝으로 파는 삼치가 생선구이 백반집에서 쓰는 저렴한 녀석들이다. 크면 지방도 많고 맛의 깊이가 다르다. 하지만 작아도 조리를 잘하면 맛있다. 그냥 굽는 것보다 ‘생조’로 만들면 좋다. 생조는 양념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니까. 간장 뿌리지, 각종 맛 내기 채소 깔지, 여차하면 미원 넣지, 맛없기 어렵다. 작다 해도 제철엔 기름이 올라서 기본은 한다. 기왕이면 아침나절에 슬슬 수산시장에 가서 좌판에 놓고 파는 걸 골라오면 된다. 대개 무더기로 파는데, 한 무더기를 다 사기 부담스러우면 절반으로 흥정할 수 있다. 당신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게 마련이니까. 네 마리쯤 사서 생선 머리 따고 내장 뺀 후 두 마리는 비닐로 곱게 싸서 냉동해두고 두 마리는 조려라. 삼치는 등푸른 생선이라고 하지만 살 자체는 흰살생선처럼 순해서 냉동해도 맛이 아주 이상해지지 않는 편이다. 알다시피 고등어 같은 건 집에서 냉동해두면 비린내가 강해지고 맛이 훅 떨어진다. 겨울 진객이라고 하는 대구를 뺄쏘냐. 대구조림은 고급이다. 경기 좋을 때 시내 횟집은 점심에 대구탕 팔아서 돈을 벌었다. 대구는 회로 뜨면 감칠맛이 잘 풀려나오지 않고 식감도 별로라 대개는 탕을 내거나 조린다. 굽는 것도 흔하지 않다. 아직은 대구 철이 아니다. 찬바람이 불고 양손을 비비면서 ‘어 춥다’ 소리가 나와야 대구도 나온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대구철이 되면 두 가지 대구가 수산시장에 나온다. 값이 헐한 건 나무 궤짝에 서너 마리 이상 담겨 있는 작은 왜대구다. 겨울엔 탕을 내기에 좋지만 아무래도 남해의 대물들에 밀린다. 남해 대구는 거제며 진해 용원항, 부산으로 주로 들어온다. 이놈들이 전국의 주요 시장으로 간다. 기왕이면 수놈이 좋다. 한 5㎏ 이상 되는 대물로 사서 머리와 가슴살 쪽은 조리거나 탕으로 내고, 일부는 회를 뜨고, 또 일부는 말려두었다가 포로 만들어서 술안주 하거나 구워 먹으면 좋겠다. 그 겨울에 내 호주머니에 돈이 있다면. 아, 대구로 회를 내려면, 물컹거리는 게 걸린다. 소금 약간, 식초도 쳐서 조금 두었다가 찬물에 씻어낸 후 썰면 제법 존득한 맛이 돈다. 현지 횟집 사장님에게 배운 비법이다. 마늘 된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다. 제철도 아닌 요즘, 갑자기 대구 생각이 나서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러시아산 대구 부산물이 시장에 돈다. 보통 살은 ‘필레’(저민 생선 상태)로 유통되고, 가슴 쪽 아가미 아래에 있는 살점은 ‘뽈살용’이라고 해서 팔린다. 그렇다. 여러분이 어디 가서 대구뽈살찜을 드셨다 치자. 대구가 커봐야 얼마나 크겠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청새치만하겠나. 커봐야 1m 남짓인 대구에서 볼살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겠나. 그걸로 한 냄비를 만들 수 없다. 그러니, 이런저런 살을 섞어서 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목살’이라고 하는 부위를 같이 쓴다. 돼지도 아닌데 비공식 용어로 목살이다. 아마도 가슴살이나 아가미 옆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느러미와 아가미 옆의 억세고 큰 뼈에 붙은 살이다. 이 살이 정작 ‘뽈’보다 나는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오공본드, 아니 무슨 도배용 풀처럼 끈적하고 착착 입에 붙는다. 콜라겐이 많다. 점착력이 좋아서 먹다 보면 입술이 서로 붙어버린다. 강원도 바닷가식으로 무랑 감자 넣고 다진 마늘이랑 고춧가루 확 풀어서 찜(이든지 조림이든지 그게 그거다. 국물이 많고 농도 여린 순으로 탕-조림-찜이 아닐까 싶다. 탕 불에 올려두고 잊어먹고 있으면 졸아서 조림되고, 나중에는 찜 된다. 빨리 먹자)을 하면 된다. 속초에 유명한 찜집이 있는데, 내가 장담하건대 ‘입맛을다시다’도 꽤 넣는 것 같다. 물론 안 넣어도 충분히 맛있다. 고춧가루랑 마늘 빼고 간장이랑 다시마 국물로 맛 내면 일본식 대구찜이라고 우길 수 있다. 인터넷에 ‘대구 목살’이라고 쳐봐라. 이상. 속초식으로 하든, 일본식으로 하든 당신 맘대로. 술병을 따자.
박찬일(요리사 겸 음식칼럼니스트)
Let's block ads! (Why?)
October 09, 2020 at 08:07AM
https://ift.tt/3jKw7Bk
[ESC] '생조당원' 추천! 비싼 생선 이렇게 드시라! - 한겨레
https://ift.tt/3hm67M7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