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집에서 어떤 상품에 대해 혼잣말을 했더니 다음날 관련 광고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뜨더라는 분들이 있다. 당황할 일은 아니다. 당신은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혼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의 음성인식 인공지능인 시리(Siri)나 삼성전자 음성인식 인공지능 빅스비(Bixby)가 켜진 상태라면 스마트폰이 24시간 여러분의 음성을 듣고 있다. 집안에 AI 스피커가 있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최근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논문 한 편이 소개됐다. 한국법학원이 발간하는 ‘저스티스’ 10월호에 게재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의 '국내 모바일 앱 이용자 정보 수집 현황 및 법적 쟁점' 논문이다. 이 연구팀이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886개 앱을 분석해봤더니 그중 820개가 스마트폰을 오가는 정보를 수집해 구글, 페이스북 등에 전송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걸 업계 용어로 '광고식별자를 활용한 이용자 트래킹'이라고 한단다.
광고식별자란 구글이나 애플 등의 기업이 스마트 기기마다 부여한 고유한 이름을 말한다. 이런 빅테크 기업들은 광고식별자만 알면 그 기기에 최근 검색 내용을 바탕으로 한 맞춤 광고를 띄울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휴대폰 소유자의 이름이나 성별 같은 직접적인 개인정보는 필요하지 않다. 물건 파는데 사는 사람 이름이나 나이, 하는 일 같은 걸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개인정보를 가져간 적이 없으니 이같은 방식의 정보수집 역시 개인정보 침해가 아니라는 게 기업들의 논리다.
이들이 맞춤 광고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비를 태우는 것 보다는 특정 기능의 제품을 원하는 사람에게 광고를 하는 편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빅테크로 무장한 기업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람들을 '소비 기계'로 길들이려 할 것이다. 이런 시도가 개인 소비에서 멈출까.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Social dilemma)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용자들의 행동과 성향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지를 고발했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일도 이제는 디지털 교육을 받아야 가능하다. 다른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게 아니라 언제나 스마트폰이 우리의 말을 듣고 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쥐고 암호화폐 시세를 살펴보는 사람들도 한번쯤 곱씹어볼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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